그냥 한 번 끄적거려볼까 해서(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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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다시 만난 사람
1부좋아한다고 말해요1화다시 만난 사람십 년이 넘은 뒤에도 비는 비슷하게 내렸다. 준혁은 전시장 입구에서 유리문 너머를 바라봤다. 오전부터 내린 비 때문에 바닥에는 사람들의 젖은 발자국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전시는 다음 주 개막이었다. 아직 손볼 곳이 많았다. 조명 하나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작품 설명문의 위치도 바꿔야 했다. 오후에는 출판사 쪽 담당자와 미팅까지 잡혀 있었다. “준혁 씨.” 뒤에서 직원이 불렀다. “네.” “출판사에서 담당자 오셨어요.” “지금요?” “네.” 준혁은 시계를 확인했다. 약속 시간보다 십 분 빨랐다. “어디 계세요?” “회의실에요.” 준혁은 서류를 정리하고 회의실로 향했다. 문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조금…” 말이 끊겼다. 테이블 건너편에 여자가 앉아 있었다. 긴 머리..
2026.09.22 -
프롤로그(prologue)
비가 오던 날비가 그렇게 많이 내린 날은 아니었다. 우산이 없어도 건물 처마 아래에서 조금 기다리면 금방 그칠 것 같은 비였다. 문제는 서연이 그날따라 우산을 가져오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대학교 중앙도서관 앞. 학생들이 하나둘 우산을 펼쳐 들고 계단을 내려갔다. 서연은 가방을 머리 위에 올려놓은 채 처마 아래에 서 있었다. “아… 진짜.” 아침에는 분명 맑았다. 비가 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더라면 우산을 챙겼을 텐데. 서연은 휴대폰을 확인했다. 친구에게 전화할까 고민하다가 그만뒀다. 누구에게 부탁해서 우산을 가져오게 하기에는 애매한 비였다. 그때 옆에서 검은 우산 하나가 펼쳐졌다. “같이 쓰실래요?” 서연이 고개를 돌렸다. 처음 보는 남자였다. 검은 머리카락이 비에 젖은 듯 조금 눌려 있었고, 한 손에는 책..
2026.09.21 -
《우리 사랑, 그런거 해요》 연재를 시작하며
《우리 사랑, 그런거 해요》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생각보다 어려운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말하면 될 것 같은데,막상 그 말을 꺼내려 하면 괜히 한 번 더 망설이게 되고,상대가 건넨 평범한 말 한마디에혹시 나와 같은 마음일까 기대했다가아무 의미 없는 말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혼자 마음을 접기도 합니다. 조금 가까워졌다 싶으면 겁이 나고,멀어지고 나면 그때 왜 한마디 하지 못했을까 후회하고.어쩌면 사랑이라는 건좋아하는 마음보다그 마음을 어떻게 말할 것인가가 더 어려운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서로를 좋아하면서도 쉽게 말하지 못했던 두 사람,한 번의 타이밍을 놓치고,한 번의 오해를 지나고,몇 번의 계절을 돌아서야 비로소 서로의 마음을 마주하게 되는 이..
2026.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