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9. 26. 22:21ㆍ그냥 한 번 끄적거려볼까 해서
12화
계절이 바뀌는 동안
준혁과 서연은 만나지 않았다.
정확히는,
일 때문에 만나야 할 때만 만났다.
그때도 필요한 말만 했다.
“자료 수정됐습니다.”
“확인했어요.”
“이 일정 괜찮으세요?”
“네.”
예전 같으면 사소한 이야기가 하나쯤 이어졌을 텐데.
요즘은 대화가 문서처럼 끝났다.
준혁은 그게 자신이 만든 거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좁혀야 하는지는 몰랐다.
어느 날 태경의 카페에 앉아 있던 준혁이 물었다.
“사람이 마음을 말하지 않으면 정말 끝나?”
태경이 커피잔을 닦다가 멈췄다.
“왜?”
“그냥.”
“그냥이 아니잖아.”
준혁은 한참 창밖을 봤다.
태경은 더 캐묻지 않았다.
대신 한참 뒤 말했다.
“나도 예전에 그랬어.”
준혁이 돌아봤다.
“뭘?”
“말 안 했어.”
태경은 웃지 않았다.
“좋아한다고.”
“그래서?”
“헤어졌지.”
“왜?”
“상대가 내가 안 좋아하는 줄 알았대.”
준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도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태경이 마른 행주를 접었다.
“그때는 말하면 뭐가 달라질까 싶었거든.”
“…”
“나중에 알았어.”
태경이 말했다.
“말 안 하면 상대는 네 마음을 알아서 읽어주지 않아.”
그 말은 준혁에게 오래 남았다.
며칠 뒤 태경의 옛 연인이 카페에 찾아왔다.
준혁은 우연히 그 장면을 보게 됐다.
둘은 오래 이야기했다.
헤어진 뒤에도 서로에게 하지 못했던 말이 있었다는 듯했다.
그날 밤 태경이 말했다.
“사람이 다시 만나는 게 꼭 다시 사랑하기 위해서인 건 아니더라.”
“그럼?”
“그때 못 했던 말을 끝내기 위해서일 수도 있지.”
준혁은 생각했다.
자신에게도 언젠가 그런 날이 올까.
서연 앞에 다시 앉아서,
그때 하지 못한 말을 끝까지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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