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9. 23. 06:53ㆍ그냥 한 번 끄적거려볼까 해서
4화
말하려던 순간
준혁은 고백을 준비했다.
정확히는 고백이라는 말을 붙이는 것조차 부담스러웠다.
그저 자신의 마음을 조금 말하고 싶었다.
이번 주 토요일.
전시 준비가 끝나면 서연과 저녁을 먹을 생각이었다.
그날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토요일 오후 서연에게 전화가 왔다.
“준혁 씨.”
목소리가 평소와 달랐다.
“네.”
“혹시 지금 어디예요?”
“전시장요.”
“제가…”
말끝이 떨렸다.
“아버지가 병원에 계세요.”
준혁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병원이에요?”
“서울…”
“주소 보내줘요.”
“괜찮아요. 제가 알아서…”
“서연 씨.”
그는 조용히 말했다.
“주소 보내줘요.”
병원에 도착했을 때 서연은 복도 의자에 앉아 있었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었다.
준혁이 다가가자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왜 왔어요?”
“그냥요.”
“저 혼자 있어도 되는데.”
“알아요.”
준혁은 그녀 옆에 앉았다.
그날 두 사람은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간호사가 지나갔고,
병원 방송이 흘러나왔고,
복도 끝 자동판매기에서 누군가 음료를 뽑았다.
시간이 지나자 서연이 말했다.
“저 아빠랑 사이 별로 안 좋았어요.”
준혁은 듣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아프다고 하니까…”
서연이 말을 잇지 못했다.
준혁은 물을 건넸다.
“고마워요.”
“네.”
“저 오늘…”
서연이 그를 바라봤다.
“말하려고 했던 거 있죠?”
준혁은 잠시 멈췄다.
“어떻게 알았어요?”
“얼굴에 써 있어요.”
서연이 희미하게 웃었다.
“뭐였어요?”
준혁은 그녀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날은 말하지 않았다.
“나중에 말할게요.”
그 선택은 그때는 자연스러워 보였다.
하지만 준혁에게 사랑은 점점 이런 식으로 되어갔다.
말하려고 하면 더 중요한 일이 생기고,
더 중요한 일이 생기면 자신의 마음은 뒤로 미루는 것.
그는 그것이 배려라고 생각했다.
사실은 두려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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