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소설(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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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사랑해요
28화사랑해요비가 내렸다. 둘은 작은 우산 하나를 같이 쓰고 걸었다. 준혁이 우산을 서연 쪽으로 기울였다. 서연이 말했다. “준혁 씨.” “네.” “우산 아직도 한쪽으로 기울이네요.” “습관인가 봐요.” “그러다 어깨 젖어요.” “괜찮아요.” 서연이 웃었다. “또 괜찮다고 하네.” 준혁도 웃었다. “그럼 안 괜찮다고 할까요?” “아니요.” 서연이 우산 손잡이를 잡았다. “이번에는 같이 써요.” 준혁은 그녀를 바라봤다. “네.” 둘은 나란히 걸었다.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렸다. 준혁이 말했다. “서연 씨.” “네.” “사랑해요.” 서연이 웃었다. “나도 사랑해요.” 신호가 바뀌었다. 두 사람은 함께 길을 건넜다. 그뿐이었다. 누구도 떠나지 않았다. 누구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2026.10.04 -
27화 겁이 났어요
27화겁이 났어요고백하고 나서도 둘은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서연이 먼저 말했다. “저 사실 아직 무서워요.” “알아요.” “뭐가 무서운지도 알아요?” “조금.” “준혁 씨가 또 아무 말도 안 할까 봐.” “그럴 일 없어요.” “사람 마음은 모르잖아요.” “맞아요.” 준혁은 그녀의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계속 말할게요.” 서연이 그를 바라봤다. “서운하면 서운하다고.” “네.” “보고 싶으면 보고 싶다고.” “네.”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네.” “사랑하면 사랑한다고.” 서연이 웃었다. “그거 다 하면 힘들지 않아요?” “힘들겠죠.” 준혁도 웃었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을 것 같아요.” 서연은 그 말을 듣고 그의 손을 잡았다. 이번에는 먼저 놓지 않았다.
2026.10.04 -
26화 네가 기다렸던 것
26화네가 기다렸던 것전시 마지막 날. 모든 일이 끝난 뒤 사람들이 돌아갔다. 출입문을 닫자 공간이 조용해졌다. 준혁과 서연만 남았다. 준혁이 말했다. “서연 씨.” “네.” “할 말 있어요.” 서연이 웃었다. “이번에는 바로 말해요.” 준혁도 웃었다. “네.” 그는 그녀 앞에 섰다. “저 서연 씨 사랑해요.” 서연의 눈이 조금 커졌다. “좋아한다는 말은 예전에 했으니까.” 준혁이 말했다. “이번에는 더 정확하게 말하고 싶었어요.” 서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저는 서연 씨를 다시 만나고 나서…” 준혁이 숨을 골랐다. “예전보다 더 많이 생각했어요.” “…” “내가 이 사람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보다.” 그는 서연의 눈을 바라봤다. “이 사람이 내 옆에 있을 때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생각했어..
2026.10.03 -
25화 좋아했던 게 아니라
25화좋아했던 게 아니라서연은 어느 날 혼자 출판 공간에 남았다. 창밖으로 비가 내렸다. 그녀는 책장 정리를 하다가 오래된 상자 하나를 발견했다. 안에는 대학 시절의 사진과 메모들이 있었다. 그중 한 장을 꺼냈다. 젊은 자신이 웃고 있었다. 사진 뒤에는 날짜가 적혀 있었다. 비가 왔던 날. 서연은 웃었다. 그때 자신이 왜 그 우산을 그렇게 오래 기억했는지 이제는 알 것 같았다. 우산 때문만은 아니었다. 자신이 힘들 때 아무 말 없이 옆에 있어준 사람. 자신이 좋아하는 커피를 기억한 사람. 늦은 밤 집에 갈 때 잘 들어갔는지 물어보던 사람. 말하지 못하면서도 행동으로 마음을 보여주던 사람. 그런 시간이 하나씩 쌓였다. 서연은 그동안 자신이 준혁의 고백만 기다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자신도 계속 그 ..
2026.10.03 -
24화 이번에는 묻겠습니다
24화이번에는 묻겠습니다어느 저녁 준혁이 물었다. “서연 씨.” “네.” “저랑 있는 거 불편해요?” 서연은 웃었다. “조금.” “왜요?” “좋아했던 사람이니까.” 준혁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숙였다. “그럼…” 그가 다시 물었다. “지금도 좋아해요?” 서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준혁이 말했다. “대답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요.” “왜 갑자기 그렇게 물어요?” “예전에는 안 물었잖아요.” “그랬죠.” “이번에는 물어보려고요.” 서연은 그를 바라봤다. “무서워요?” “네.” “뭐가요?” “답이.” 서연은 한참 그를 바라보다 말했다. “저도 무서워요.” “뭐가요?” “준혁 씨가 다시 아무 말도 안 할까 봐.” 그 말에 준혁의 표정이 달라졌다. “그럴 일 없어요.” “어떻게 믿어요?” “믿어달라고 하기 전에…”..
2026.10.02 -
23화 예전처럼
23화예전처럼두 사람은 전시 준비를 함께했다. 하지만 예전과는 달랐다. 예전에는 자연스럽게 서로의 하루를 물었다. 지금은 물어도 될지 먼저 생각했다. 어느 날 늦은 밤까지 일을 하다가 서연이 말했다. “준혁 씨.” “네.” “우리 예전처럼 할까요?” 준혁이 고개를 들었다. “뭘요?” “편하게.” 준혁은 잠깐 생각했다. “예전처럼은 안 될 것 같아요.” 서연의 표정이 굳었다. 준혁이 말했다. “우리가 너무 많이 변했잖아요.” 서연은 그 말을 듣고 오히려 마음이 놓였다. “맞아요.” “대신…” 준혁이 말했다. “새로 하면 안 돼요?” “뭘요?” “우리.” 서연은 그를 바라봤다. 준혁은 웃었다. “예전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 “지금부터 다시 알아가는 거요.” 그날 이후 두 사람은 조금씩 사적인 이야..
2026.10.02 -
22화 다시 만난 사람
22화다시 만난 사람준혁은 약속 시간보다 십 분 일찍 도착했다. 서연의 출판 공간은 생각보다 작았다. 하지만 따뜻했다. 벽 한쪽에는 책장이 있었고, 창가에는 오래된 나무 책상이 놓여 있었다. 준혁은 책장 앞에 서서 책 제목을 살펴봤다. “일찍 왔네요.” 뒤에서 서연의 목소리가 들렸다. 준혁이 돌아봤다. 삼 년 전보다 조금 짧아진 머리. 조금 더 차분해진 표정. 그런데 웃을 때 눈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건 그대로였다. “서연 씨.” “오랜만이에요.” “네.” 두 사람은 동시에 웃었다. 어색했다. 너무 오랜만이라서가 아니라,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어서 어색했다. “커피 드릴까요?” “네.” “똑같은 걸로?” 준혁은 그녀를 바라봤다. “기억해요?” 서연이 웃었다. “그 정도는 기억하죠.” 커피를 내려오는 동안..
2026.10.01 -
10화 좋아한다는 말
10화좋아한다는 말며칠 뒤 서연이 준혁을 붙잡았다. “준혁 씨.” “네.” “저한테 할 말 없어요?” 준혁은 그녀를 바라봤다. “있어요.” “뭔데요?” 그는 말했다. “미안해요.” 서연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왜요?” “그냥…” “준혁 씨.” 서연은 숨을 크게 들이켰다. “저 좋아한 적 있어요?” 준혁은 대답하지 못했다. 서연의 눈이 흔들렸다. “한 번이라도?” 준혁은 입을 열었다. “…” 말이 나오지 않았다. 서연은 그 침묵을 오래 기다리지 않았다. “알겠어요.” “서연 씨.” “아니요.”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이제 됐어요.” “그게 아니라…” “그럼 뭔데요?” 준혁은 끝내 말하지 못했다. 서연이 웃었다. 눈물이 떨어졌다. “저 혼자였네요.” 그녀는 돌아섰다. 준혁은 붙잡지 못했다. 문이 닫..
2026.09.25 -
9화 늦은 밤
9화늦은 밤준혁은 결심했다. 이번에는 말하겠다고. 퇴근 후 서연을 만나러 갔다. 하지만 전시장 근처에서 그녀를 발견했다. 도현과 함께였다. 두 사람은 웃으며 이야기하고 있었다. 준혁은 걸음을 멈췄다. 서연이 웃었다. 그 모습이 이상하게 편안해 보였다. 준혁은 휴대폰을 꺼냈다. 메시지를 썼다.지금 어디예요? 보내지 않았다. 그는 화면을 끄고 돌아섰다. 그날 밤 서연은 준혁에게 연락이 오기를 기다렸다. 오지 않았다. 그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서연은 결국 생각했다. 역시 나만 그런가 보다.
2026.09.25 -
8화 장난처럼
8화장난처럼그날은 술을 조금 마셨다. 서연이 먼저 웃었다. “준혁 씨.” “네.” “우리…” 말끝을 늘였다. “사귀면 안 돼요?” 준혁이 그녀를 바라봤다. “뭐라고요?” 서연은 웃었다. “왜요?” “아니…” “진짜로 물어본 건데.” 준혁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서연이 고개를 숙였다. “농담이에요.” “…” “왜 그렇게 심각하게 봐요?” 준혁은 결국 웃었다. “그러게요.” 집으로 돌아온 뒤 서연은 휴대폰 메모장을 열었다.나랑 사귀면 안 돼요? 그리고 그 아래에 적었다.사실 농담 아니었어요. 저장했다. 보내지 않았다. 준혁도 같은 밤 자신의 휴대폰을 열었다.서연 씨, 좋아해요. 그 아래에 적었다.오늘 그 말 진심이었어요? 그 역시 보내지 않았다. 두 사람은 같은 밤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고, 둘 다..
2026.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