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10. 1. 21:43ㆍ그냥 한 번 끄적거려볼까 해서
22화
다시 만난 사람
준혁은 약속 시간보다 십 분 일찍 도착했다.
서연의 출판 공간은 생각보다 작았다.
하지만 따뜻했다.
벽 한쪽에는 책장이 있었고,
창가에는 오래된 나무 책상이 놓여 있었다.
준혁은 책장 앞에 서서 책 제목을 살펴봤다.
“일찍 왔네요.”
뒤에서 서연의 목소리가 들렸다.
준혁이 돌아봤다.
삼 년 전보다 조금 짧아진 머리.
조금 더 차분해진 표정.
그런데 웃을 때 눈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건 그대로였다.
“서연 씨.”
“오랜만이에요.”
“네.”
두 사람은 동시에 웃었다.
어색했다.
너무 오랜만이라서가 아니라,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어서 어색했다.
“커피 드릴까요?”
“네.”
“똑같은 걸로?”
준혁은 그녀를 바라봤다.
“기억해요?”
서연이 웃었다.
“그 정도는 기억하죠.”
커피를 내려오는 동안 준혁은 공간을 둘러봤다.
“좋네요.”
“뭐가요?”
“여기.”
서연은 잠깐 웃었다.
“고생 좀 했어요.”
“알 것 같아요.”
“안 해봐서 모르잖아요.”
“그러네요.”
둘은 웃었다.
회의가 시작됐다.
전시 일정.
작품 선정.
공간 배치.
예산.
처음에는 업무 이야기만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두 사람 모두 예전의 습관을 발견했다.
서연은 생각할 때 펜을 돌렸고,
준혁은 중요한 이야기를 휴대폰 메모장에 적었다.
서연이 그것을 보고 말했다.
“아직도 적어요?”
“뭘요?”
“메모.”
“네.”
“중요한 것만 적는다고 했잖아요.”
준혁이 잠깐 멈췄다.
“그건 아직 그래요.”
서연은 더 묻지 않았다.
회의가 끝난 뒤 준혁이 말했다.
“오늘 저녁…”
서연의 표정이 굳었다.
준혁도 바로 알아차렸다.
“아니요.”
그는 말을 바꿨다.
“다음 회의 일정부터 잡죠.”
서연은 그를 바라보다가 웃었다.
“네.”
둘은 그렇게 헤어졌다.
그날 밤 서연은 생각했다.
삼 년이 지나도,
이 사람은 여전히 말을 고르느라 늦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상하게 싫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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