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연락하지 않는 사람

2026. 9. 26. 11:19ㆍ그냥 한 번 끄적거려볼까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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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사랑이 아니라 할까요

11화

연락하지 않는 사람

서연은 준혁의 번호를 지우지 않았다.

 

삭제 버튼을 누르기까지는 했다.

 

이름을 길게 누르면 여러 메뉴가 나타났고, 그중에는 연락처 삭제가 있었다.

 

손가락이 그 위에서 멈췄다.

 

결국 취소했다.

 

번호를 지우는 것과 마음을 지우는 건 다른 일이었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게 싫었다.

 

출판사에서 원고를 읽을 때도 자꾸 휴대폰을 확인했다.

 

새로운 메시지가 와 있지는 않았다.

 

업무 메일.

 

광고 문자.

 

친구들의 단체 대화.

 

그 사이에 준혁의 이름은 없었다.

 

서연은 화면을 껐다.

 

“한서연.”

 

유진이 맞은편에서 불렀다.

 

“응.”

 

“오늘 세 번째야.”

 

“뭐가?”

 

“휴대폰 보는 거.”

 

“일하다 보면 볼 수도 있지.”

 

“네가 원래 휴대폰 그렇게 자주 보는 애였나?”

 

서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유진은 더 묻지 않았다.

 

그 대신 서연 앞에 놓인 원고를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이거 어때?”

 

“좋아.”

 

“안 읽었잖아.”

 

서연이 원고를 내려다봤다.

 

첫 문장조차 제대로 읽지 못한 상태였다.

 

“미안.”

 

“사과할 필요 없어.”

 

유진은 의자를 뒤로 밀었다.

 

“오늘은 그냥 집에 가.”

 

“괜찮아.”

 

“그 말 하지 마.”

 

서연이 고개를 들었다.

 

“뭐?”

 

“괜찮다는 말.”

 

유진은 조용히 말했다.

 

“네가 괜찮을 때는 내가 괜찮다고 말해도 아무렇지도 않거든.”

 

서연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날 퇴근길.

 

비가 조금 내렸다.

 

서연은 버스정류장 앞에 서서 가방을 뒤졌다.

 

우산이 없었다.

 

순간 오래전 일이 떠올랐다.

 

검은 우산 하나.

 

젖은 운동화.

 

그리고 서준혁.

 

서연은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이번에는 우산을 빌려줄 사람이 없었다.

 

그녀는 비를 맞으며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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