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소설(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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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늦은 밤
9화늦은 밤준혁은 결심했다. 이번에는 말하겠다고. 퇴근 후 서연을 만나러 갔다. 하지만 전시장 근처에서 그녀를 발견했다. 도현과 함께였다. 두 사람은 웃으며 이야기하고 있었다. 준혁은 걸음을 멈췄다. 서연이 웃었다. 그 모습이 이상하게 편안해 보였다. 준혁은 휴대폰을 꺼냈다. 메시지를 썼다.지금 어디예요? 보내지 않았다. 그는 화면을 끄고 돌아섰다. 그날 밤 서연은 준혁에게 연락이 오기를 기다렸다. 오지 않았다. 그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서연은 결국 생각했다. 역시 나만 그런가 보다.
2026.09.25 -
7화 다른 사람
7화다른 사람도현은 서연에게 자신의 마음을 말했다. “저 서연 씨 좋아해요.” 너무 담담해서 오히려 서연은 당황했다. “갑자기요?” “갑자기는 아니에요.” 도현은 웃었다. “꽤 오래됐어요.” “도현 씨…” “대답 바로 안 해도 돼요.” “미안해요.” “그 말도 아직 하지 말고.” 도현은 웃었다. “저는 서연 씨가 저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어요.” 서연이 그를 바라봤다. “그런데도 말하고 싶었어요.” “왜요?” “말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서.” 그 말이 서연의 마음에 남았다. 그날 집에 돌아온 그녀는 준혁을 떠올렸다. 말하지 않으면 후회한다. 그런데 준혁은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을까.
2026.09.24 -
6화 좋아한다고 말하면
6화좋아한다고 말하면비가 내리던 늦은 밤이었다. 둘은 편의점 처마 아래에 앉아 있었다. 서연이 캔커피를 만지작거렸다. “준혁 씨.” “네.” “만약에요.” “네.” “누가 준혁 씨를 좋아한다고 하면 어떨 것 같아요?” 준혁은 그녀를 바라봤다. “갑자기 왜요?” “그냥 궁금해서.” “음…” 준혁은 생각했다. “고마울 것 같아요.” “끝?” “그다음은…” “네.” “그 사람한테 미안할 것 같아요.” 서연의 표정이 아주 조금 달라졌다. “왜 미안해요?” “좋아해줄 수 없으면.” 서연은 시선을 내렸다. “그렇구나.” 준혁은 그녀를 보며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왜요?” “아니요.” 서연이 웃었다. “그냥 물어본 거예요.” 그날 집으로 돌아온 서연은 처음으로 확실히 알았다. 준혁은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을 무서워하..
2026.09.23 -
5화 우리 둘만 아는 것
5화우리 둘만 아는 것서연의 아버지가 퇴원한 뒤 두 사람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어느 날 준혁이 커피를 사왔다. “이거 서연 씨 거.” 서연이 컵을 받아들었다. “어떻게 알았어요?” “뭐가요?” “제가 이거 좋아하는 거.” “전에 말했잖아요.” “제가요?” “네.” 서연은 웃었다. “저 진짜 기억 못 하는데.” “저는 기억해요.” 그 말이 별것 아닌 것처럼 들렸다. 하지만 서연은 그날 하루 종일 그 말을 생각했다. 저녁이 되어 둘은 전시장을 나왔다. “배고파요?” 준혁이 물었다. “조금.”“뭐 먹을래요?” “준혁 씨 먹고 싶은 거요.” “저는 아무거나.” “그 말 제일 어려워요.” “그럼…” 준혁이 잠시 생각했다. “서연 씨 먹고 싶은 거.” “저도 아무거나.” 둘은 동시에 웃었다. 결국 편의점에서 ..
2026.09.23 -
4화 말하려던 순간
4화말하려던 순간준혁은 고백을 준비했다. 정확히는 고백이라는 말을 붙이는 것조차 부담스러웠다. 그저 자신의 마음을 조금 말하고 싶었다. 이번 주 토요일. 전시 준비가 끝나면 서연과 저녁을 먹을 생각이었다. 그날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토요일 오후 서연에게 전화가 왔다. “준혁 씨.” 목소리가 평소와 달랐다. “네.” “혹시 지금 어디예요?” “전시장요.” “제가…” 말끝이 떨렸다. “아버지가 병원에 계세요.” 준혁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병원이에요?” “서울…” “주소 보내줘요.” “괜찮아요. 제가 알아서…” “서연 씨.” 그는 조용히 말했다. “주소 보내줘요.” 병원에 도착했을 때 서연은 복도 의자에 앉아 있었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었다. 준혁이 다가가자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왜..
2026.09.23 -
1화 다시 만난 사람
1부좋아한다고 말해요1화다시 만난 사람십 년이 넘은 뒤에도 비는 비슷하게 내렸다. 준혁은 전시장 입구에서 유리문 너머를 바라봤다. 오전부터 내린 비 때문에 바닥에는 사람들의 젖은 발자국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전시는 다음 주 개막이었다. 아직 손볼 곳이 많았다. 조명 하나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작품 설명문의 위치도 바꿔야 했다. 오후에는 출판사 쪽 담당자와 미팅까지 잡혀 있었다. “준혁 씨.” 뒤에서 직원이 불렀다. “네.” “출판사에서 담당자 오셨어요.” “지금요?” “네.” 준혁은 시계를 확인했다. 약속 시간보다 십 분 빨랐다. “어디 계세요?” “회의실에요.” 준혁은 서류를 정리하고 회의실로 향했다. 문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조금…” 말이 끊겼다. 테이블 건너편에 여자가 앉아 있었다. 긴 머리..
2026.09.22 -
《우리 사랑, 그런거 해요》 연재를 시작하며
《우리 사랑, 그런거 해요》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생각보다 어려운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말하면 될 것 같은데,막상 그 말을 꺼내려 하면 괜히 한 번 더 망설이게 되고,상대가 건넨 평범한 말 한마디에혹시 나와 같은 마음일까 기대했다가아무 의미 없는 말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혼자 마음을 접기도 합니다. 조금 가까워졌다 싶으면 겁이 나고,멀어지고 나면 그때 왜 한마디 하지 못했을까 후회하고.어쩌면 사랑이라는 건좋아하는 마음보다그 마음을 어떻게 말할 것인가가 더 어려운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서로를 좋아하면서도 쉽게 말하지 못했던 두 사람,한 번의 타이밍을 놓치고,한 번의 오해를 지나고,몇 번의 계절을 돌아서야 비로소 서로의 마음을 마주하게 되는 이..
2026.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