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10. 5. 23:20ㆍ그냥 한 번 끄적거려볼까 해서
30화
우리 사랑, 그런거 해요
그날도 비가 왔다.
준혁은 약속 장소에 먼저 도착했다.
서연이 멀리서 뛰어왔다.
“늦었어요.”
“괜찮아요.”
“오늘은 우산 있어요.”
서연이 작은 우산을 흔들었다.
준혁이 웃었다.
“이제 우산 안 잊어버리네요.”
“누구 때문에 생긴 습관인데요.”
“누구요?”
“몰라요.”
서연이 웃었다.
둘은 우산 아래에 나란히 섰다.
준혁이 우산을 잡았다.
서연이 자연스럽게 그의 팔에 손을 걸었다.
“우리 처음 만났을 때도 비 왔죠?”
“네.”
“그때 준혁 씨가 우산 씌워줬고.”
“네.”
“그리고 지금은 제가 우산 가지고 있고.”
“그러네요.”
서연이 말했다.
“사람 참 이상하죠.”
“왜요?”
“그때는 이 사람이 내 인생에 이렇게 오래 있을 줄 몰랐는데.”
준혁은 그녀를 바라봤다.
“저도요.”
둘은 천천히 걸었다.
특별한 곳으로 가는 길이 아니었다.
집 근처 식당에 저녁을 먹으러 가는 길이었다.
내일이면 다시 출근해야 하고,
다음 주에는 각자 바쁜 일정이 있고,
가끔은 서로에게 서운할 일도 생길 것이다.
그래도 이제는 안다.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
보고 싶다고 말하는 것.
서운하다고 말하는 것.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
그리고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
사랑은 거창한 약속이 아니라,
계속해서 상대에게 자신의 마음을 보여주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을.
서연이 말했다.
“준혁 씨.”
“네.”
“우리 사랑…”
그녀가 웃었다.
“그런 거 해요.”
준혁도 웃었다.
“네.”
우산 위로 빗소리가 잔잔하게 떨어졌다.
두 사람은 같은 방향으로 걸었다.
이번에는 한 사람이 우산을 기울이는 대신,
둘이 함께 손잡이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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