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좋아해요

2026. 9. 30. 21:50ㆍ그냥 한 번 끄적거려볼까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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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좋아해요

준혁은 서연이 부산으로 내려간다는 사실을 출발 하루 전에 알았다.

 

그녀가 맡고 있던 프로젝트가 끝났고,

 

새로운 출판 관련 일을 위해 부산으로 내려가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얼마나 있어요?”

 

“아직 몰라요.”

 

“다시 올라올 수도 있고요?”

 

“그럴 수도 있죠.”

 

준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밤 그는 한참 고민하다가 태경에게 전화했다.

 

“나 이번에는 말할 거야.”

 

“그래.”

 

“거절당해도.”

 

“그래.”

 

“안 되더라도.”

 

“그래.”

 

태경이 말했다.

 

“그 말 듣고 싶었어.”

 

준혁은 웃었다.

 

다음 날 그는 역으로 갔다.

 

서연은 표를 들고 플랫폼에 서 있었다.

 

준혁을 발견하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여기 왜 왔어요?”

 

“배웅하려고요.”

 

“말도 없이?”

 

“말하면 오지 말라고 할까 봐.”

 

서연이 웃었다.

 

“그럴 수도 있죠.”

 

열차가 들어오기 전까지 시간이 조금 남았다.

 

준혁은 손에 땀이 나는 것을 느꼈다.

 

이번에는 피하지 않기로 했다.

 

“서연 씨.”

 

“네.”

 

“저…”

 

말이 막혔다.

 

서연은 기다렸다.

 

준혁은 숨을 한번 크게 들이마셨다.

 

“좋아해요.”

 

서연의 눈이 흔들렸다.

 

“뭐라고요?”

 

“서연 씨 좋아해요.”

 

이번에는 끝까지 말했다.

 

“오래전부터.”

 

서연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준혁은 계속했다.

 

“그동안 말하지 못해서 미안해요.”

 

“…”

 

“겁났어요.”

 

“뭐가요?”

 

“제가 좋아한다고 말하면 서연 씨가 멀어질까 봐.”

 

서연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그런데…”

 

준혁은 웃었다.

 

“말하지 않아도 멀어지더라고요.”

 

서연은 눈물을 닦았다.

 

“준혁 씨.”

 

“네.”

 

“저 지금 부산 가요.”

 

“알아요.”

 

“금방 안 올 수도 있어요.”

 

“알아요.”

 

“그래도…”

 

서연이 잠깐 숨을 고르며 말했다.

 

“연락은 해도 돼요.”

 

준혁의 눈이 흔들렸다.

 

“정말요?”

 

“네.”

 

열차 안내 방송이 들렸다.

 

서연이 가방을 들었다.

 

“저도 아직 준혁 씨를 좋아하는지…”

 

그녀는 말을 멈췄다.

 

“아니요.”

 

고개를 저었다.

 

“좋아해요.”

 

준혁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서연이 웃었다.

 

“그런데 지금 당장 뭐라고 약속하진 않을래요.”

 

“괜찮아요.”

 

“왜요?”

 

“이번에는 기다려볼게요.”

 

서연이 열차에 올랐다.

 

문이 닫히기 전 마지막으로 말했다.

 

“준혁 씨.”

 

“네.”

 

“이번에는 연락하지 말라는 말 안 할게요.”

 

문이 닫혔다.

 

열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준혁은 플랫폼에 혼자 남았다.

 

휴대폰을 꺼냈다.

 

메시지를 하나 보냈다.

잘 도착하면 연락해요.

몇 초 뒤 답장이 왔다.

네. 준혁 씨도 잘 들어가요.

준혁은 화면을 바라보다 웃었다.

 

처음이었다.

 

말을 했는데,

 

아무것도 잃지 않았다.

 

오히려 아주 조금,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자리가 생긴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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