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스토리(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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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좋아한다고 말하면
6화좋아한다고 말하면비가 내리던 늦은 밤이었다. 둘은 편의점 처마 아래에 앉아 있었다. 서연이 캔커피를 만지작거렸다. “준혁 씨.” “네.” “만약에요.” “네.” “누가 준혁 씨를 좋아한다고 하면 어떨 것 같아요?” 준혁은 그녀를 바라봤다. “갑자기 왜요?” “그냥 궁금해서.” “음…” 준혁은 생각했다. “고마울 것 같아요.” “끝?” “그다음은…” “네.” “그 사람한테 미안할 것 같아요.” 서연의 표정이 아주 조금 달라졌다. “왜 미안해요?” “좋아해줄 수 없으면.” 서연은 시선을 내렸다. “그렇구나.” 준혁은 그녀를 보며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왜요?” “아니요.” 서연이 웃었다. “그냥 물어본 거예요.” 그날 집으로 돌아온 서연은 처음으로 확실히 알았다. 준혁은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을 무서워하..
2026.09.23 -
4화 말하려던 순간
4화말하려던 순간준혁은 고백을 준비했다. 정확히는 고백이라는 말을 붙이는 것조차 부담스러웠다. 그저 자신의 마음을 조금 말하고 싶었다. 이번 주 토요일. 전시 준비가 끝나면 서연과 저녁을 먹을 생각이었다. 그날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토요일 오후 서연에게 전화가 왔다. “준혁 씨.” 목소리가 평소와 달랐다. “네.” “혹시 지금 어디예요?” “전시장요.” “제가…” 말끝이 떨렸다. “아버지가 병원에 계세요.” 준혁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병원이에요?” “서울…” “주소 보내줘요.” “괜찮아요. 제가 알아서…” “서연 씨.” 그는 조용히 말했다. “주소 보내줘요.” 병원에 도착했을 때 서연은 복도 의자에 앉아 있었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었다. 준혁이 다가가자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왜..
2026.09.23 -
3화 진짜 괜찮아요?
3화진짜 괜찮아요?서연은 사람을 두 번 묻는 버릇이 있었다. “진짜 괜찮아요?” 한 번. 그리고 상대가 “괜찮아요.” 라고 하면, “진짜로요?” 한 번 더. 유진은 그 버릇을 알고 있었다. “너 또 물어봤지?” 퇴근 후 카페에 마주 앉은 유진이 말했다. “뭘?” “준혁 씨한테.” 서연은 빨대를 만지작거렸다. “뭐라고?” “나 싫어하냐고.” 유진이 한숨을 쉬었다. “왜 그렇게 물어봤어?” “그냥.” “그냥은 무슨.” 서연은 컵을 내려놓았다. “그 사람이 나한테만 좀 어려워.” “어떻게?” “다른 사람한테는 편하게 말하는데 나랑 있으면 말을 고르는 느낌이 있어.” “좋아서 그럴 수도 있지.” 서연은 웃었다. “그러니까 더 물어봤지.” “뭐라고?” “저 싫어하냐고.” “대답은?” “조심스럽대.” 유진의 표정이..
2026.09.23 -
2화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이상하게
2화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이상하게“너 좋아하지?” 태경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준혁은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누굴?” “누구긴 누구야.” “아닌데.” “그럼 왜 전시장에서 서연 씨 오니까 옷부터 확인했어?” 준혁이 태경을 바라봤다. “내가?” “어.” “언제?” “오늘.” 태경은 웃었다. “그리고 아까 전화 왔을 때 목소리 달라졌어.” “그런 적 없어.” “있어.” 준혁은 피식 웃었다. “네가 이상한 거야.” 태경은 대꾸하지 않았다. 그는 준혁이 사람을 좋아할 때 어떤 표정을 짓는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티가 나는 사람은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였다. 좋아할수록 조심했다. 그래서 더 잘 보였다. 며칠 뒤 전시장에 서연이 찾아왔다.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었다. “준혁 씨.” “네.” “이쪽은 이도현 씨예..
2026.09.22 -
1화 다시 만난 사람
1부좋아한다고 말해요1화다시 만난 사람십 년이 넘은 뒤에도 비는 비슷하게 내렸다. 준혁은 전시장 입구에서 유리문 너머를 바라봤다. 오전부터 내린 비 때문에 바닥에는 사람들의 젖은 발자국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전시는 다음 주 개막이었다. 아직 손볼 곳이 많았다. 조명 하나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작품 설명문의 위치도 바꿔야 했다. 오후에는 출판사 쪽 담당자와 미팅까지 잡혀 있었다. “준혁 씨.” 뒤에서 직원이 불렀다. “네.” “출판사에서 담당자 오셨어요.” “지금요?” “네.” 준혁은 시계를 확인했다. 약속 시간보다 십 분 빨랐다. “어디 계세요?” “회의실에요.” 준혁은 서류를 정리하고 회의실로 향했다. 문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조금…” 말이 끊겼다. 테이블 건너편에 여자가 앉아 있었다. 긴 머리..
2026.09.22 -
《우리 사랑, 그런거 해요》 연재를 시작하며
《우리 사랑, 그런거 해요》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생각보다 어려운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말하면 될 것 같은데,막상 그 말을 꺼내려 하면 괜히 한 번 더 망설이게 되고,상대가 건넨 평범한 말 한마디에혹시 나와 같은 마음일까 기대했다가아무 의미 없는 말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혼자 마음을 접기도 합니다. 조금 가까워졌다 싶으면 겁이 나고,멀어지고 나면 그때 왜 한마디 하지 못했을까 후회하고.어쩌면 사랑이라는 건좋아하는 마음보다그 마음을 어떻게 말할 것인가가 더 어려운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서로를 좋아하면서도 쉽게 말하지 못했던 두 사람,한 번의 타이밍을 놓치고,한 번의 오해를 지나고,몇 번의 계절을 돌아서야 비로소 서로의 마음을 마주하게 되는 이..
2026.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