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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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좋아해요
20화좋아해요준혁은 서연이 부산으로 내려간다는 사실을 출발 하루 전에 알았다. 그녀가 맡고 있던 프로젝트가 끝났고, 새로운 출판 관련 일을 위해 부산으로 내려가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얼마나 있어요?” “아직 몰라요.” “다시 올라올 수도 있고요?” “그럴 수도 있죠.” 준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밤 그는 한참 고민하다가 태경에게 전화했다. “나 이번에는 말할 거야.” “그래.” “거절당해도.” “그래.” “안 되더라도.” “그래.” 태경이 말했다. “그 말 듣고 싶었어.” 준혁은 웃었다. 다음 날 그는 역으로 갔다. 서연은 표를 들고 플랫폼에 서 있었다. 준혁을 발견하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여기 왜 왔어요?” “배웅하려고요.” “말도 없이?” “말하면 오지 말라고 할까 봐.” 서연이 웃었다. “..
2026.09.30 -
19화 오래전 우산
19화오래전 우산서연은 어느 날 준혁에게 말했다. “그날 기억나요?” “무슨 날이요?” “대학교 때.” 준혁은 웃었다. “비 오던 날?” “네.” “기억해요.” “나는 그날 준혁 씨가 우산을 저한테 줬다고 생각했어요.” “같이 쓴 건데요.” “아니요.” 서연은 웃었다. “마지막에 저한테 우산 맡기고 갔잖아요.” 준혁은 기억을 더듬었다. “그랬나?” “그랬어요.” “그래서요?” “그 우산 한참 가지고 있었어요.” 준혁이 그녀를 바라봤다. “왜요?” “돌려주려고.” “그런데 못 만났고?” “네.” 서연은 웃었다. “그래서 그냥 버렸어요.” 준혁이 피식 웃었다. “버렸어요?” “네.” “아깝네.” “왜요?” “내 첫 우산이었는데.” 서연이 웃음을 터뜨렸다. 둘은 한참 웃었다. 그날만큼은 예전처럼 편했다. 하지..
2026.09.30 -
18화 다음에 말할게요
18화다음에 말할게요몇 주 뒤 출판사에서 작은 북토크가 열렸다. 준혁은 업무 때문에 그곳에 갔다. 서연도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발견하고도 쉽게 다가가지 못했다. 행사가 끝난 뒤 서연이 먼저 말했다. “오랜만이에요.” “네.” “잘 지냈어요?” “그럭저럭요.” “저도요.” 말이 끊겼다. 서연이 웃었다. “우리 진짜 어색해졌네요.” 준혁도 웃었다. “그러네요.”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네.” 그 말 뒤에 많은 것들이 붙어 있었다. 예전에는 같이 밥을 먹었고, 같이 걷기도 했고, 서로의 하루를 물어봤다. 그런데 이제는 안부조차 조심스러웠다. 서연이 말했다. “준혁 씨.” “네.” “그때 하려던 말 있잖아요.” 준혁의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 “…” “아직 못 했죠?” 준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
2026.09.29 -
17화 사랑이 아니라면
17화사랑이 아니라면준혁은 서연을 만나자고 했다. “할 말 있어요.” 서연이 마주 앉았다. “무슨 말인데요?” “저…” 준혁은 준비한 문장을 떠올렸다. 하지만 막상 그녀 앞에 앉으니 전부 사라졌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요.” 서연의 손이 멈췄다. “누구예요?” 준혁은 그녀를 바라봤다. “말하기 어려워요.” 서연은 웃었다. “왜요?” “그 사람이 저를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어서.” “그럼 말하지 마세요.” 준혁이 그녀를 바라봤다. 서연은 눈을 피했다. “말해봤자 상처받을 수도 있잖아요.” “그럴 수 있죠.” “그러니까…” 그녀가 컵을 내려놓았다. “말하지 않는 게 나을 수도 있어요.” 준혁은 그 말이 자신에게 돌아온 것임을 알았다. 두 사람은 결국 각자의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날 밤 서연은 울지 않았다...
2026.09.29 -
16화 헤어지는 연습
16화헤어지는 연습도현은 서연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도 두 사람은 몇 달 동안 함께 시간을 보냈다. 사진집 작업도 계속했다. 어느 저녁 도현이 말했다. “서연 씨.” “네.” “그만할까요?” 서연은 그 말을 듣고 바로 알아들었다. “미안해요.” 도현이 웃었다. “또 미안하다고 하네요.” “그럼 뭐라고 해야 해요?” “고맙다고 해요.” 서연이 그를 바라봤다. “고마워요.” “네.” 도현은 사진집 시안을 닫았다. “사실 저도 이제 알겠어요.” “뭘요?” “서연 씨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서연의 표정이 굳었다. “저…” “괜찮아요.” 도현은 손을 내저었다. “그 사람하고 잘됐으면 좋겠다는 말까지는 못 하겠지만.” 그가 웃었다. “그래도 제가 서연 씨를 좋아했던 건 후회 안 해요.”..
2026.09.28 -
15화 보고 싶다는 말
15화보고 싶다는 말서연은 메시지를 썼다.잘 지내요?지웠다.요즘 바빠요?지웠다.보고 싶어요. 그 문장 앞에서 손가락이 멈췄다. 한참 바라봤다. 결국 삭제했다. 그날 밤 유진에게 전화가 왔다. “뭐 해?” “책 읽어.” “거짓말.” 서연이 웃었다. “왜?” “네가 책 읽을 때는 그렇게 한숨 안 쉬어.” 서연은 침묵했다. “아직 좋아해?” 유진의 질문은 단순했다. 서연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좋아하는 것 같아.” “그럼 왜 안 만나?” “나만 좋아하는 것 같아서.” “그건 네가 결정할 일이 아니잖아.” “…” “상대가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네가 대신 결론 내릴 필요는 없어.” 서연은 한숨을 쉬었다. “나 또 상처받기 싫어.” “그건 알아.” 유진이 말했다. “그래서 네가 결정해.” “뭘?” “그 사람을 ..
2026.09.28 -
14화 사랑은 책임이 아니니까
14화사랑은 책임이 아니니까준혁은 어머니 집에 들렀다.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하는 어머니 옆에 앉아 있었다. “요즘 왜 이렇게 자주 와?” “그냥요.” “회사 힘들어?” “아니요.” 어머니가 웃었다. “너는 어릴 때부터 힘들다는 말을 안 하더라.” 준혁은 물컵을 만졌다. “엄마.” “응.” “사랑하는 사람한테는 뭘 해줘야 해요?” 어머니가 설거지를 멈췄다. “갑자기 무슨 소리야?” “그냥 궁금해서.” “좋아하면 잘해줘야지.” “그게 어디까지예요?” 어머니가 물기를 닦으며 말했다. “그 사람 인생까지 책임지는 건 아니지.” 준혁이 고개를 들었다. “…” “좋아한다고 해서 네가 그 사람 문제를 전부 해결해줘야 하는 것도 아니고.” 어머니는 식탁에 앉았다. “같이 고민할 수는 있어도.” “…” “그 사람 대신..
2026.09.27 -
13화 좋은 사람
13화좋은 사람도현은 서연에게 부담을 주지 않았다. 그는 고백한 뒤에도 평소와 똑같았다. 촬영이 끝나면 사진을 보내줬고, 출판사에 필요한 자료가 있으면 먼저 정리해줬다. 어느 날 서연이 말했다. “도현 씨.” “네.” “왜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아요?” “뭐가요?” “제가 대답을 안 했는데.” 도현이 웃었다. “대답을 안 했다는 건 거절했다는 뜻은 아니잖아요.” “그렇긴 한데…” “기다리겠다는 말도 안 할게요.” 서연이 그를 바라봤다. “그건 또 왜요?” “기다린다고 하면 서연 씨가 미안해할 것 같아서.” 도현은 카메라 가방을 정리했다. “그냥 좋아하는 사람으로 있을게요.” 그 말이 서연에게는 오히려 편했다. 도현은 서연에게 사진집 작업을 제안했다. 자신이 몇 년 동안 찍은 동네 사진들을 모아 작은 사진집..
2026.09.27 -
12화 계절이 바뀌는 동안
12화계절이 바뀌는 동안준혁과 서연은 만나지 않았다. 정확히는, 일 때문에 만나야 할 때만 만났다. 그때도 필요한 말만 했다. “자료 수정됐습니다.” “확인했어요.” “이 일정 괜찮으세요?” “네.” 예전 같으면 사소한 이야기가 하나쯤 이어졌을 텐데. 요즘은 대화가 문서처럼 끝났다. 준혁은 그게 자신이 만든 거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좁혀야 하는지는 몰랐다. 어느 날 태경의 카페에 앉아 있던 준혁이 물었다. “사람이 마음을 말하지 않으면 정말 끝나?” 태경이 커피잔을 닦다가 멈췄다. “왜?” “그냥.” “그냥이 아니잖아.” 준혁은 한참 창밖을 봤다. 태경은 더 캐묻지 않았다. 대신 한참 뒤 말했다. “나도 예전에 그랬어.” 준혁이 돌아봤다. “뭘?” “말 안 했어.” 태경은 웃지 않았다. ..
2026.09.26 -
11화 연락하지 않는 사람
2부사랑이 아니라 할까요11화연락하지 않는 사람서연은 준혁의 번호를 지우지 않았다. 삭제 버튼을 누르기까지는 했다. 이름을 길게 누르면 여러 메뉴가 나타났고, 그중에는 연락처 삭제가 있었다. 손가락이 그 위에서 멈췄다. 결국 취소했다. 번호를 지우는 것과 마음을 지우는 건 다른 일이었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게 싫었다. 출판사에서 원고를 읽을 때도 자꾸 휴대폰을 확인했다. 새로운 메시지가 와 있지는 않았다. 업무 메일. 광고 문자. 친구들의 단체 대화. 그 사이에 준혁의 이름은 없었다. 서연은 화면을 껐다. “한서연.” 유진이 맞은편에서 불렀다. “응.” “오늘 세 번째야.” “뭐가?” “휴대폰 보는 거.” “일하다 보면 볼 수도 있지.” “네가 원래 휴대폰 그렇게 자주 보는 애였나?” 서연은 대답하지 ..
2026.09.26